2000년대에 꽤 인기였던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불과 십여 년 뒤인 2010년대 초반에 폐지된 걸 보면, 축구도 언젠간 망할지 궁금하다.
스타가 망한 이유는 선수들이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니 결국 모든 게임이 비슷한 양상을 띠는, 양산형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승부조작 사건은 단지 그 시점을 앞당겼을 뿐, 스타리그 폐지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축구를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요즘 개인 기술을 주무기로 상대를 휘젓는 유형의 선수들이 상당히 줄었다. 대신 빠른 패스를 지향하고, 체력 단련에 더 힘을 쏟는다.
각 선수들의 개성이 줄어들면 결국 축구 경기 전체도 단조로워지고 비슷한 장면들로만 이루어질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활약한 전 프로게이머들 중에선 스타의 리플레이 기능에 아쉬움을 갖는 경우도 있다. 리플레이 기능이 생겨나면서 남의 빌드를 자원/인구수까지 정확하게 카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축구에선 점점 발전하는 "비디오 분석"이 같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
전술 분석 등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꽤 발전해서, 원하는 장면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편집해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 경기 내에서 중앙->사이드 패스 전개 장면들이 필요한 경우, 사람이 경기를 풀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알아서 선별해주며. 심지어 그 패스의 성공 유무 등 디테일한 설정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축구를 걱정하는 다른 시각도 있다. 무엇이든 짧은 플레이 타임의 컨텐츠가 선호되는 요즘, 90분간의 축구경기는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한 것이다. 나 역시 축구를 좋아하지만,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 혹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 등 조금이라도 긴장감이 떨어진 경기를 볼 때면 어느새 스마트폰에 더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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