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가 아는 직업에 한정하면, 가장 저평가되는 직업은 축구감독이 아닐까 싶다.
벤투 감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만 봐도, 얼마나 존중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마구 훈수를 둔다. 물론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거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벤투의 전문성을 너무 무시한다.
축구에 대한 이해도에 있어서 프로축구 감독인 벤투와 훈수러의 갭은, 대학에서 교수와 일반 학부생의 전공이해도 갭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즉 평범한 축구 시청자가 벤투에게 훈수를 두는 것은(단순히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닌, 벤투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 학부생이 교수에게 전공지식으로 지적하고 훈수 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도 생각해봤다.
첫 번째로 축구라는 스포츠가 너무나도 대중적이라는 것. 남자라면 학창시절 축구를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요한 메이저 대회 정도는 몇 번 시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즉, 너무나도 친숙하다. 그래서 보다보면 뭐라도 할 말이 생긴다.
두 번째로는 "아는 만큼 보인다".
전공을 공부하다보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양이 어느정도 가늠이 되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에 부딪히면 교수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럼 아무리 수업 중 사담만 늘어놓는 배불뚝이 괴짜교수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생긴다.
근데 축구에 관해서는?
자기가 축구에 관해 얼마나 무지한지 모른다. 감독이 선수 한 명을 교체하는 경우만 생각해봐도 전술적으로 많은 근거가 있을텐데, 후반에 교체 몇 번 하는게 늘상 있는 흐름이니까 당연시 여긴다. 생각해봐야 "지고 있으니까 공격수 넣네.", "저 선수 지쳐서 많이 못 뛰니까 교체하나보네." 정도에서 그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축구 해설, 방송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기중 해설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술적으로 깊게 이야기 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짚는 느낌? 캐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가볍게 시청하는 사람도 많을테니 이해는 된다.
근데 외국같은 경우에는 한 경기가 끝나면 전술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되는 장면들을 모아 스탑/슬로우 해가며 여러가지로 설명을 해주는데 한국은 그런게 없다. 그런 설명들을 들으면 자신이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쳤던 장면에서도 선수들이 무엇을 의식하고, 무엇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무엇을 실수했는지 등 이해가 된다.
그런 이해들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거야."라는 겸손을 만들어 섣부른 지적을 막아준다.
평소 국내/해외축구의 리그경기는 전혀 안 보고 국가대표 경기만 챙겨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국대경기에서는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리그경기에서 만큼은 좀 더 해설에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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